원승환 | 인디스페이스 관장, 웹진문강 편집위원
- 낡은 ‘외주제작사’ 프레임의 탈피: 최근 발의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안」은 콘텐츠 제작사를 미디어 플랫폼에 납품하는 하위 공급자(‘외주제작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방송사 지배 시대의 유산을 벗어나, 제작사가 독자적 IP를 가진 독립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콘텐츠 정책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 ‘부처 관할’이 아닌 ‘기능과 행위’ 중심의 규율: 수직결합된 OTT 사업자를 특정 부처가 독점 관할하려는 소모적 논쟁을 멈춰야 합니다. 플랫폼의 편성·송출·알고리즘 행위는 미디어법(공적 책임)으로, 제작비·IP 배분 등 거래 행위는 영상콘텐츠법(공정거래)으로 분리하여 적용해야 합니다.
- 입법 실패의 반면교사, 권한 분립과 협력 명시: 과거 부처 간 이견으로 표류했던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미디어 경쟁 침해(방미통위/과기부)와 콘텐츠 불공정거래(문체부)의 조사·조정 권한을 명확히 나누고, 중복 제재 방지를 위한 부처 간 이송 및 공동조사 절차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같은 OTT를 다르게 보는 법안
2026년 6월, OTT 시대의 법제를 새로 설계하려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최민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안」(이하 ‘시청각미디어법안’)은 현행 「방송법」과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을 폐지하고 방송·IPTV·OTT·영상공유플랫폼을 하나의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체계로 통합하려는 제정안이다. 현행 「방송법」에 포함된 한국방송공사의 설립·조직·지배구조와 업무에 관한 사항은 별도의 「한국방송공사법안」으로 분리했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규율은 통합하되, 한국방송공사라는 공적 기관의 설립과 운영은 별도의 법률로 다루겠다는 것이다.
임오경 의원이 대표발의한 「영상진흥기본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영상콘텐츠법안’)은 현행 「영상진흥기본법」의 제명을 「영상콘텐츠산업 진흥 기본법」으로 바꾸고, 영화·방송영상콘텐츠·온라인영상콘텐츠·애니메이션을 포괄하는 영상콘텐츠 정책체계로 전면 개편하려는 법안이다. 법안은 영상콘텐츠산업을 기획·개발·제작·유통·배급·상영·시청제공에 이르는 하나의 산업으로 정의한다.
두 법안이 나온 배경은 비슷하다. OTT와 유튜브 같은 새로운 영상플랫폼이 성장하면서 방송, 영화, 온라인영상을 매체별로 나누어온 기존 법체계만으로는 변화한 현실에 대응하기 어려워졌다. 콘텐츠는 여러 미디어와 플랫폼을 오가며 유통되고, 플랫폼은 유통뿐 아니라 투자·기획·제작·추천과 소비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변화를 바라보는 두 법안의 시선은 다르다. 시청각미디어법안은 OTT와 영상공유플랫폼을 방송·IPTV와 함께 하나의 미디어·플랫폼 서비스 체계 안에 둔다. 시청각미디어의 공적 책임과 시청자 권익, 서비스의 투명성과 사업자 간 공정경쟁이 법안의 중심에 있다. 반면 영상콘텐츠법안은 OTT를 온라인영상콘텐츠를 시청에 제공하는 영상콘텐츠사업자로 본다. OTT는 미디어·플랫폼이면서 동시에 영상콘텐츠의 유통과 시청제공에 참여하는 사업자라는 것이다.
같은 OTT를 한 법안은 미디어·플랫폼 서비스로 보고, 다른 법안은 영상콘텐츠 생태계의 한 주체로 본다. 어느 하나가 맞고 다른 하나가 틀린 것은 아니다. OTT가 실제로 두 기능을 모두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같은 사업자를 다루는 두 법안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미디어·플랫폼과 콘텐츠 사이의 관계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콘텐츠는 미디어와 플랫폼에 종속되어 있다
콘텐츠의 종속은 OTT 시대에 처음 생긴 문제가 아니다. 과거 방송사는 편성권과 송출망, 광고시장과 시청자 접점을 다 가지고 있었다. 무엇을 제작하고 언제 편성할지, 얼마의 제작비를 지급할지는 방송사의 판단에 크게 좌우되었다. 제작사는 독립적인 콘텐츠 기업이라기보다 방송사에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외주제작사로 대우받았다.
지금은 플랫폼의 영향력이 크다. 플랫폼은 자본과 가입자, 데이터, 알고리즘과 글로벌 유통망을 가지고 있다. 어떤 콘텐츠에 투자할지, 어떤 작품을 이용자에게 먼저 보여줄지, 어느 국가와 시장에서 공개할지를 결정한다. 플랫폼의 데이터와 알고리즘은 완성된 콘텐츠의 추천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용자의 시청 행태와 선호에 관한 데이터는 다음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에도 영향을 준다. 플랫폼은 단순한 유통창구를 넘어 콘텐츠의 투자자이자 기획자 역할까지 수행하게 되었다.
물론 모든 제작사와 플랫폼의 관계가 일방적인 종속관계인 것은 아니다. 강한 IP를 가진 제작사도 있고, 여러 투자자와 유통경로를 가진 제작사도 있다. 플랫폼이 제작비를 투자하고 제작 위험을 함께 부담함으로써 기존에는 만들어지기 어려웠던 콘텐츠가 제작되기도 한다.
그러나 제작사가 다른 투자자와 유통경로를 찾기 어렵고 하나의 방송사나 플랫폼에 크게 의존하는 거래에서는 협상력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방송사와 플랫폼은 여러 작품과 제작사를 선택할 수 있지만, 중소 제작사에는 하나의 계약이 회사와 작품의 존속을 좌우할 수 있다. 이런 관계에서는 제작사가 방송사나 플랫폼이 제시하는 제작비와 계약조건, IP와 권리배분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작품이 성공해도 제작사가 그 성과를 다음 기획과 제작에 활용하지 못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정책은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콘텐츠 정책은 시장에서 발생하는 종속 관계를 보완해야지, 법과 제도를 통해 그 종속을 다시 강화해서는 안 된다.
정책까지 콘텐츠를 종속시켜서는 안 된다
시청각미디어법안은 외주제작사를 ‘시청각미디어서비스사업자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시청각미디어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자’로 정의한다. 현재 「방송법」의 외주제작사 정의를 통합 미디어법 체계 안에서 이어받은 것이다. 방송사나 플랫폼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외주제작사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 관계에서 제작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도 필요하다. 그러나 외주제작 관계를 영상콘텐츠 정책 전체의 기본모형으로 삼는 것은 다른 문제다.
콘텐츠 제작사는 방송사나 플랫폼의 주문을 받아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주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스스로 콘텐츠와 IP를 기획하고 투자구조를 만들며, 여러 미디어와 플랫폼, 배급·유통사업자와 거래하는 독립적인 콘텐츠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방송사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외주제작사의 관점으로 오늘의 콘텐츠 사업자를 바라보는 것은 방송사가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을 주도하던 시대의 유산이다. 그 관점이 통합 미디어법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면 콘텐츠는 다시 미디어와 플랫폼을 중심으로 정의될 수밖에 없다.
영상콘텐츠 정책이 별도로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거래되고 유통되어 관객과 이용자를 만나고, 그 성과가 다시 다음 제작으로 이어지는 조건은 미디어·플랫폼 서비스의 규율만으로 만들 수 없다. 창작과 제작, 계약과 권리, 유통과 수용자를 하나의 생태계로 바라보는 정책이 필요하다. 고유한 목적과 책임 체계가 필요한 영역에는 별도의 법을 둘 수 있다. 영상콘텐츠 정책은 미디어·플랫폼 정책의 부속 정책이 아니라 독립적인 목적과 법적 기반을 가져야 한다.
두 법은 중심을 달리해야 한다
시청각미디어법안과 영상콘텐츠법안의 영역을 완벽하게 나눌 수는 없다. 콘텐츠와 미디어·플랫폼은 실제 산업에서 계속 만난다. 하나의 OTT가 콘텐츠에 투자하고 제작사와 계약하면서 동시에 콘텐츠를 배치·추천해 이용자에게 제공한다. 두 법의 역할이 겹칠 수는 있지만, 무엇을 중심으로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분명해야 한다. 두 법의 중심은 서로 달라야 한다.
시청각미디어법안은 미디어·플랫폼 서비스의 공적 책임과 운영 원칙을 중심으로 다뤄야 한다. 시청자와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시민의 접근을 보장하며, 재난과 안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콘텐츠의 편성·배치·추천과 서비스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미디어·플랫폼 사업자 사이의 공정한 경쟁질서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시청각미디어법안에도 콘텐츠 영역이 필요하다. 법안이 콘텐츠를 다루는 출발점은 공공성이다. 미디어와 플랫폼은 시민이 콘텐츠를 만나는 환경이다. 이 환경이 상업적 판단만으로 구성되어서는 안 된다. 이용자의 알 권리와 문화적 권리, 아동·청소년 보호, 장애인 접근권과 사회적 다양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다양한 콘텐츠가 시민에게 발견되고 도달하도록 하는 것도 미디어와 플랫폼의 공적 역할이다. 콘텐츠가 서비스 목록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부 대형 작품만 첫 화면과 추천을 차지한다면 이용자가 실제로 만나는 콘텐츠는 다양하지 않을 것이다. 시청각미디어 정책에서 다양성은 콘텐츠가 시민에게 도달할 수 있는가라는 조건의 문제다.
반면 영상콘텐츠법안은 영상콘텐츠 생태계 전체를 중심으로 다뤄야 한다. 콘텐츠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창작자와 제작사, 스태프, 배급·유통사업자, 상영·시청제공사업자와 관객이 함께 지속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공정한 제작거래는 중요한 조건이다. 제작비와 계약조건, 저작권과 권리배분, 제작 과정에 대한 개입과 계약상 대가의 지급은 한 번의 계약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제작사가 자신의 권리와 성과를 확보할 수 있는지, 다음 작품을 준비할 수 있는지, 독립적인 콘텐츠 사업자로 남을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다양성도 영상콘텐츠 생태계의 핵심 가치다. 시장의 규모가 커진다고 독립영화·예술영화·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지역 영상·소수자 콘텐츠와 실험적인 작품이 자동으로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자본과 플랫폼은 성공 가능성이 이미 증명된 형식과 IP에 집중하기 쉽다.
영상콘텐츠법안은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유통되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시청각미디어법안은 그렇게 만들어진 다양성이 시민에게 발견되고 사회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두 법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하나는 콘텐츠가 만들어질 조건을, 다른 하나는 그 콘텐츠가 시민에게 도달하고 확산될 조건을 중심적으로 다뤄야 한다.
해외에서도 중심은 나뉘고 역할은 겹친다
해외에서도 콘텐츠 생태계 정책과 미디어·플랫폼 규율에 서로 다른 중심을 두는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영국에서는 BFI가 영화와 스크린문화의 창작·제작, 인재, 관객, 아카이브와 산업 기반을 지원한다. Ofcom은 방송과 주문형 비디오서비스를 규율하고 이용자 보호를 담당한다. 프랑스에서는 CNC가 영화·방송영상·디지털 창작과 관련 산업의 정책과 지원을 담당한다. Arcom은 시청각·디지털 서비스와 플랫폼을 규율하며 이용자 보호, 다원성과 시장질서뿐 아니라 서비스사업자의 콘텐츠 투자와 노출 의무도 감독한다. 이렇게 두 나라 모두 콘텐츠와 미디어 정책을 완전히 분리하지는 않는다. 특히 플랫폼의 투자 의무와 콘텐츠 노출처럼 두 영역이 만나는 정책에서는 역할이 겹친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 생태계를 만드는 정책과 미디어서비스를 규율하는 정책에 서로 다른 중심과 전문성을 두고, 겹치는 영역에서는 함께 작동하도록 한다는 점이다. 우리 법제도 완전한 분리보다 이런 방식의 역할 분담과 협력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 제작거래를 두 법안이 함께 규율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시청각미디어법안에도 콘텐츠 관련 규정은 필요하다. 시청각미디어법안이 공공성·다양성·접근성·재난정보와 알고리즘 투명성을 규정하는 것은 미디어·플랫폼 서비스의 공적 역할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법안이 서비스의 공적 책임을 넘어 콘텐츠 제작거래까지 직접 규율한다는 점이다.
법안 제8장 ‘공정경쟁의 촉진’ 제77조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외주제작사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계약조건을 강요하거나, 적정한 수익 또는 권리의 배분을 거부·지연·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위반할 경우 계약조항의 삭제나 변경, 과징금과 같은 시정조치를 할 수 있다. 외주제작사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미디어·플랫폼 사업자 사이의 공정경쟁뿐 아니라 제작사와 시청각미디어서비스사업자 사이의 계약과 권리배분을 직접 규율한다.
영상콘텐츠법안에도 이미 콘텐츠 제작과 관련한 공정거래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법안은 영상콘텐츠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을 별도의 장으로 규정한다. 저작권의 강제 또는 무상 양도를 요구하는 행위, 실제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낮은 수준으로 대가를 정하는 행위, 기획·제작 방향이나 제작인력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행위, 계약상 대가의 지급을 유예·감액·미지급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표준계약서의 마련과 사용 권고도 규정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거래 문제는 이미 두 법안 모두에서 다루고 있다. 따라서 쟁점은 ‘법으로 다룰 것인가’가 아니라, 어느 법을 중심으로 다룰 것인가다.

콘텐츠 제작거래는 영상콘텐츠법안을 중심으로 다뤄야 한다
제작비와 계약조건, 저작권과 제작 과정에 대한 개입, 계약상 대가의 문제는 미디어시장의 경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는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제작사와 창작자, 그리고 그 콘텐츠에 투자하거나 유통·시청제공하는 방송사와 플랫폼이다. 거래의 결과는 제작의 자율성, 권리의 귀속, 다음 제작의 가능성과 콘텐츠 생태계의 다양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콘텐츠 제작거래의 불공정성을 미디어시장의 경쟁질서 안에서만 다루기 어려운 이유다.
시청각미디어법안 안에서 제작사를 보호하면 제작사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사업자에게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외주제작사로 위치하게 된다. 영상콘텐츠법안에서는 제작사를 콘텐츠를 기획·개발·제작하는 영상콘텐츠사업자로 볼 수 있다. 같은 보호조항이라도 어떤 법의 어떤 관점에서 규정하느냐에 따라 제작사의 위치가 달라진다.
영상콘텐츠법안은 콘텐츠의 기획·제작 지원, 창작활동과 지식재산권 보호, 공정한 유통환경과 표준계약을 하나의 정책 흐름 안에서 다룬다. 콘텐츠 제작과 관련한 공정거래는 이 법을 중심으로 논의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현재 시청각미디어법안에 있는 외주제작사 관련 금지행위를 그대로 둘 것인지, 영상콘텐츠법안으로 옮길 것인지, 두 법에 각각 두면서 적용관계를 정할 것인지는 좀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영상콘텐츠법안은 콘텐츠 제작거래의 불공정행위를 이미 자신의 규율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 현재 영상콘텐츠법안에 조사·조정과 피해구제 체계가 부족하다면 이를 보완해야 한다. 시청각미디어법안에서 관련 조항을 옮기는 것만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는다. 제작사 보호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두 법의 개정과 보완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의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콘텐츠 공정거래를 법으로 다루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회기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안」은 계약서 작성, 표준계약서, 금지행위와 시정조치를 통해 문화상품 제작자와 유통사업자 사이의 공정한 거래환경을 만들려 했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방송법·IPTV법·전기통신사업법과의 중복을 문제로 제기했다. 이들이 내놓은 대안은 두 가지였다. 방송·통신 분야를 법 적용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거나, 관련 기관과 공동으로 조사·조치하는 방식이었다.
법안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으면 그 법률을 우선 적용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규정이 특별규정인지 해석하기 어렵고, 사업자가 사실상 여러 법을 동시에 준수해야 하며, 법 적용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반론이 이어졌다. 국무조정실의 판단은 절충에 가까웠다. 방송·통신사업자를 콘텐츠법 적용대상에서 일괄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면서도, 금지행위별로 규제 대상과 보호대상, 거래관계를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다.
이 경험은 어느 한쪽의 주장이 옳다는 간단한 결론을 주지 않는다. 콘텐츠 제작자를 보호할 독립적인 법적 기반은 필요하다. 동시에 기존 미디어법과 공정거래법의 관계를 일반법·특별법이라는 추상적 원칙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어떤 거래에 어느 법을 적용할지, 어느 기관이 주도적으로 조사·조정할지, 사건의 이송·공동조사·중복 제재 방지 방안을 어떻게 정할지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과거의 논쟁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법안의 내용만큼이나 두 법이 함께 작동하는 방식을 논의해야 한다.
역할을 나누고 연결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시청각미디어법안과 영상콘텐츠법안은 이제 막 발의된 법안이다. 실제 제정과 개정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법안의 정의와 적용대상, 공적 책임과 금지행위, 집행기관과 다른 법률과의 관계도 국회 심사와 정부 부처의 협의, 사업자·제작자·창작자·노동자·이용자의 의견수렴을 거치며 달라질 수 있다. 지금 당장 두 법의 경계를 완성된 형태로 확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떤 관점에서 두 법을 논의할 것인지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시청각미디어법안은 미디어와 플랫폼 서비스의 공적 책임, 이용자 보호, 접근성, 알고리즘 투명성과 사업자 간 경쟁질서를 중심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콘텐츠를 편성·배치·추천·송출·유통하는 서비스가 다양한 콘텐츠를 시민에게 전달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중요한 과제다. 영상콘텐츠법안은 ‘콘텐츠 기획-제작-유통-향유-재투자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창작과 제작의 자율성, 공정한 제작거래, 콘텐츠의 지속가능성과 다양성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현재 두 법안에 함께 들어 있는 콘텐츠 제작거래 조항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는 반드시 논의해야 한다. 시청각미디어법안에서 관련 조항을 분리해 영상콘텐츠법안을 중심으로 다룰 것인지, 두 법에 각각 두되 적용관계와 역할을 구체적으로 정할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됐다. 중요한 것은 ‘어느 부처가 OTT를 총괄할 것인가’가 아니다. 미디어·플랫폼이 어떤 공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 제작사와 창작자가 어떻게 독립적인 콘텐츠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두 법이 중복과 공백 없이 조화롭게 작동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두 법안은 콘텐츠를 미디어·플랫폼의 하위에 두는 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콘텐츠와 미디어·플랫폼이 각자의 고유한 역할과 책임을 바탕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OTT 시대 법제가 담당해야 할 과제다.

원승환 편집위원
인디스페이스관장
전)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예술영화지원소위원회 위원장
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장
전)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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