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가 지역문화에 거는 “질문들” 혹은 “답해야 할 것들”
라도삼 |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웹진문강 편집위원
1. 지방시대가 묻고 있는 것들
지방시대가 부상하고 있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주도하는 이 전략은 균형 발전이라는 기존의 틀을 넘어 지방이 주도하는 새로운 성장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이러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5극3특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5극3특은 수도권과 4개의 초광역권을 ‘5극’으로, 강원, 전북, 제주 등 특별자치도를 ‘3특’으로 육성하는 전략이다. 이에 정부는 특별한 예산과 행정 권한을 제시하며 광역시와 도의 통합을 촉진하고 있다. 지난 선거를 통해 이미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통합을 준비한 상태다.
공공기관 이전도 활발히 추진된다. 국회를 포함한 정부 주요 기관의 이전이 준비되고 있고, 산하단체나 기관 또한 이전이 예상된다. 정부가 제시한 그림을 보면 향후 우리나라는 5개의 권역을 중심으로 재구성돼 각 지역은 특화된 지역으로, 초광역권 중심의 생활·교통·서비스 체계로 개편되어 발전할 전망이다. 지역소멸 이라는 현실에서 이를 극복해야 할 지방의 입장에서도, 늘 과밀로 골머리를 앓는 수도권 입장에서도 서로 이익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제기된다. 첫째, 5극3특이라는 새로운 변화체계에서 문화정책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전국이 초광역권으로 재구성되는 만큼, 문화 또한 그에 맞는 체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각 지역은 특화된 형태의 발전전략을 취할 전망이다. 따라서 각 지역의 특화에 맞는, 지역 전략을 취해야 하는 것이 문화정책의 의무다. 그렇다면 우리는 5극3특 맞는 적절한 전략을 갖고 있는가? 우리에게 제기되는 것은 이런 것이다.
둘째, 다른 한편 이에 반해 초광역 체계가 가할 문화체계에 대한 위험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문화란 집단이 가진 고유한 가치체계로 지역마다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이것이 하나의 광역체계로 묶인다. 또 지방주도 성장을 위해 수도권의 자원이 이동하고 새로운 생태를 구성한다. 이러한 변화가 지역의 문화체계에 가져올 위험 또는 기회는 무엇인가? 수도권에서 이동한 자원은 제대로 된 생태를 구축할 수 있을까?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들은 이런 것이다. 한편에선 5극3특에 대응하며, 다른 한편에선 그에 적합한 지역문화체계를 재구성 하는 것, 이에 우리는 좀 더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
2. 지방시대의 문화전략,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정부가 지방시대를 외친 데는 수도권 집중이 자리 잡고 있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 총생산은 2015년을 기점으로, 인구는 2020년을 전후해 수도권으로 더 많이 집중되는 추세를 보여주었다. 2002년 노무현 정부 이후 균형 발전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가지고 지방발전을 도모했음에도 수도권 집중은 오히려 가속되고 있었던 것이다.¹)
¹) 지방시대위원회,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 설계도, 2025.9.30

그림1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인구와 산업생산 변화추이(지방시대위원회)
문화분야도 그렇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4년 현재 50% 이상의 예술활동이 수도권에서 일어나고 있다. 2015년에 비해 그 비율이 조금은 축소되었다지만, 수도권 집중은 여전하다. 특히 실질적인 공연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공연예술활동 횟수를 보면 63.9%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지방에서 공연을 보러 온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²)
²) “교통비 들이며 서울로 관극 원정…충청권 공연장 이용률은 바닥”, 충청투데이, 2026.4.3.

그림2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예술활동 비중(국가통계포탈, KOSIS)
이로 인해 문화체육관광부 또한 지방의 문화 여건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수도권에 있는 국립단체나 기관을 이전하거나 분관을 건립하는 등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고, 민주당은 여러 의원을 중심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전을 준비하는 법안을 내놓은 상태다. 당장 수도권 집중이 문제되는 만큼, 자원을 옮겨서라도 지방문화의 내실을 기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전략이다.
이 전략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전략이 지방시대에 걸맞은 지역문화의 성장에 기여할 것인가 하는 점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지방시대란 지역에 성장 거점을 만들어 수도권의 자원과 인구가 이동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지방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강한 동기가 필요하다. 매력적인 삶의 여건, 남부럽지 않은 지역 이미지,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 등 여러 문화 요소가 있어야 한다. 특히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지역의 이미지, 취향·기호 등이 중시되는 시대다. 여러 트랜드 책에서 보듯, 세계는 매력적인 지역에 따라 유동(liquid city)하며 자기가 정이 가는 도시를 마치 반려동물 살피듯 살핀다. 그것이 트랜드가 된 상태에서 이전만이 답일까?

그림3 하이퍼로컬 시대 지역과 문화의 변화
지금은 오히려 현재의 문화를 살펴야 한다. 각 지역이 고유한 문화체계로 살아나도록, 각 지역을 살펴 하이퍼 로컬(hyperlocal) 시대에 맞게 정말 미세한 단위의 지역이 세계적인 지역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전만이 아닌, 각 지역의 문화를 발굴·육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그런 문화정책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 우리는 과연 그런 문화정책 체계를 갖추고 있을까?
3. 지역과 문화의 현실, 제대로 작동하고 있나?
매 시기 사회는 문화를 호명해 왔다. 2000년대 신자유주의 시기엔 창조도시로 응답했고, 2010년대 공동체 시기엔 문화 주체와 거버넌스, 공동체 문화로 답해 왔다. 코로나가 확산한 무렵엔 돌봄과 치유로 외로움과 고독해 갇힌 우울한 사람들과 함께 해 왔다. 그런데 지금은 마땅한 답이 없다. 2020년대 중반으로 들어서며 사회가 ‘성장’을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는데, 그에 대한 마땅한 답을 내리고 있지 못하다.
이런 현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필자가 17개 광역시도를 중심으로 이번 선거에서 출마한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본 결과 문화공약은 거의 없었다. 내세운 공약 또한 K-Pop 공연장 같은 하드웨어 증설뿐, 지방 시대나 고령화 사회, AI, 기후위기 등과 같은 여러 변화 앞에 문화생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중차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없었다. 사회가 성장을 축으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데, 문화는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요인이 있다. 문화정책 내부에도 있고, 재정적 여건이나 법적인 문제도 있다. 그 주요한 문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내적으로 여러 사업을 추진했음에도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2006년 ‘아트 인 시티’(Art in City) 이후 여러 지역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현재까지 논의되는 마땅한 사업이 없다. 사업을 추진할 당시엔 여러 이벤트로 언론의 관심을 한껏 받았지만, 사업이 종료되며 마땅한 후속 작업이 없기에 대부분 사업은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졌다. 일정한 기간 어떤 흔적을 남기고 종료되는 하드웨어와 같은 사업방식. 문화사업은 하드웨어와 다른 콘텐츠 사업으로 추진된 결과를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대부분 사업은 사업기간 종료와 더불어 멈췄다. 그 결과 각 사업의 성과는 사라진다. 물거품처럼 사라져 사람들 기억 속에 잊혀지고,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사업이 되었다. 그 결과 지금, 정부가 어떤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 한 지방은 별도로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다.
둘째, 지방이 겪는 재정 위기 또한 문화정책 및 사업을 위축시켰다. 수도권도 그렇지만, 지방은 이미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국가통계포탈(KOSIS)에 따르면 2025년 현재 17개 광역시도 인구 중 21.2%가 65세 이상 고령자다. 2010년과 비교해 보면 2배 늘어난 수치로, 이런 고령인구 증가는 지방재정을 상당히 압박한다. 필자가 광역시도의 예산을 비교한 결과, 2010년 23%에 불과하던 사회복지 분야 예산은 2025년 39.7%로 16.7%나 늘었다. 반면 문화관광 예산은 5.0%에서 4.0%로 줄어 더 쪼그라든 양상이다. 특히 문화예산이 이 예산의 33%에 불과하다. 전체 예산의 2% 정도가 문화예산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복지예산 증가와 문화예산 감소는 문화사업을 크게 위축시켰다. 이미 경기도는 2026년 예산으로 경기문화재단이 가지고 있던 기본재산 중 300억 원을 헐어 쓰도록 했다. 따라서 재정위기의 시대에 문화재정을 어떻게 확보하고 운용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정책과 사업전반을 돌아보고 현실에 맞게 재편하며, 새로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될 것이다.
셋째, 이런 위기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법적 장치인데, 법 또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지역문화진흥에 있어 중요한 것이 「지역문화진흥법」인데, 현재 이 법은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알다시피 2014년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은 포괄적인 지역문화육성 체계와 사업을 담고 있다. 5년 지역문화진흥계획을 수립하고 각 지자체가 해당 계획에 맞춰 시행계획을 수립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역문화협력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생활문화지원과 문화도시 지정, 문화지구 지정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각 지역이 지역문화진흥기금을 조성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수립되었어야 할 제3차 지역문화진흥계획은 발표되지 않고 있고, 주요한 핵심 사업인 문화도시 사업은 2023년 이후 추가 지정되고 있지 않아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문화지구는 2018년 서초음악문화지구를 마지막으로 추가 지정되고 않아 5개에 불과한 실정이고, 지역문화진흥기금을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는 한 곳도 없다. 그렇다면 과연 이 법은 생명력이 있는가? 지역문화 정책의 핵심 보루라 할 수 있는 법으로서 가치가 있는가? 우리는 이 문제 또한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4. 새로운 지방시대, 어떻게 해야 할까?
사업성과, 재정 여건, 법의 현실 등 여러 측면에서 지역문화 정책은 위기에 빠져 있다. 지방시대라는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렸음에도 변화에 맞춰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논의 체계 또한 변변하지 못하다. 세상의 변화가 시작되었음에도 그 변화에 발을 맞추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내세우는 문화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주는 문화력이 중요하다. 각 지역이 다양한 문화를 갖고 소비력을 키우며 지역을 생산해 낼 수 있을 때, 문화는 지역발전의 수단이자 문화강국을 만드는 요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정책은 재편되어야 한다. 5극3특 체계에 맞는 적절한 문화체계를 생산해 내야 하며, 각 지역이 자신의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 체계도 만들어 내야 한다. 한다. 그래야 지방의 발전에 기여하며, 문화의 다양성을 창출해 단단한 문화력으로 국가가 발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지방이 살고 지역문화가 생존하는 길, 이제 우리는 그 길에 답해야 한다.

라도삼 편집위원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서울연구원
전)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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