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書)의 뿌리에서 동서양 미학, 작품 해석과 공공성까지 따라가는 예술의 여정


  • 1장. 작가의 자리 – 평론은 무엇을 발견하는가
  • 2장. 서(書)에서 화(畵)로 – 글씨라는 뿌리
  • 3장. 동양과 서양 사이 – 수용의 통로, 여백, 그리고 아프리카의 원초성
  • 4장. 고난과 승화 – 정신성은 어디서 오는가
  • 5장. 작품 앞에서 – 노란 달·천지·구도를 읽다
  • 6장. 다음 세대에게 – 실험정신과 서도의 기초
  • 7장. 미술 바깥의 조건 – 시장·국가·공공성
  • 8장. 백두산의 토양 – 영산·계절풍·씨앗

평론은 작가를 비판하는 일이 아니라 미술사 안에서 그의 자리를 찾아 주는 일이며, 새로운 것은 오히려 노대가에게 있다는 깨달음이 대담 전체의 바닥에 깔린다.

박대성 예술의 척추는 글씨다. 문자가 곧 상형이며, “서에는 법이 있고 화에는 법이 없다”는 한마디가 그의 작업 원리를 압축한다. 칼로 새기는 전각까지, 글씨의 뿌리가 화면 위로 뻗어 나간다

직접 새긴 전각(篆刻)을 보며

진경산수이면서 동시대적인 양면성에서 출발해, 서양이 동양을 받아들이는 세 통로와 박대성의 제4의 길을 짚는다. 여백이 곧 추상이라는 관점, 출발이 다르다는 비교, 아프리카 미술의 원초성을 통한 서양 비판으로 흐른다.
화실의 폭포 그림(금강산을 그린 대작)을 앞에 두고.

정신성은 재주가 아니라 고난에서 온다. “추사가 마지막이었다”는 단언, 현대 한국미술의 정신성 부재 비판,
그리고 고난의 시간을 건너온 작가 자신의 운명이 한 줄기로 모인다.

앞선 장의 개념들이 실제 화폭 위에서 입증되는, 박대성론의 절정. 금강산과 천지의 구도를 읽고, 노란 달 그림을 불교적 정신성으로 해석하며,

“경주에 앉아서도 동시대 거장이 될 수 있다”는 자리에 이른다.

젊은 작가들에게 주는 말. 실험정신의 부재와 학교·스승으로부터의 독립을 말하고, 기초 훈련의 자리를 되묻는다.

2장의 글씨가 여기서 “기교 전에 서도부터”라는 교육 처방으로 다시 호흡한다

예술을 둘러싼 세속의 조건들. 중국 미술관 초대와 국가 차원의 홍보, 미국 체류와 기업의 후원, 슈뢰더의 안목, 기증과 공공성에 이르기까지 — 작품 바깥에서 작품의 운명을 결정하는 힘들을 짚는다.

평창 동계올림픽 무렵 인사동 전시에서 만났고, 슈뢰더 부부가 신혼여행을 미루고 경주 화실로 찾아온 일화가 오갔다. 박대성은 6·25 때, 슈뢰더는 전쟁 때 아버지를 여읜 닮은 운명을 이야기했다

대담을 닫는, 가장 멀리까지 번지는 장. 백두산의 계절풍이 꽃씨를 온 세계로 들어 올리듯, 한국이라는 토양에서 예술이 싹터 세계로 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끝난다.

김재준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