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 구로문화누리도서관 관장
지난 7월 7일 국회에서 <인공지능시대의 독서와 공공시스템 기반 문학 지원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방현석 중앙대학교 교수는 한국형 공공시스템 기반 문학창작지원제도를 제안하였다. 토론자들은 제도의 취지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공공도서관 대출 자료를 기반으로 운영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였다. 이어 한국도서관협회도 작가 지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공공도서관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고, 인기작가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불공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공공대출보상제도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Ⅰ. 공공대출보상권의 도입 배경
공공대출보상권(Public Lending Right, PLR)은 공공도서관이 도서를 무료로 대출함으로써 저작자의 잠재적인 판매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국가가 저작자에게 일정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이는 도서관 이용자에게 대출료를 부과하거나 도서관이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가 아니라, 국가가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창작자에게 보상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저작권 제도와 구별된다.
공공대출보상권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북유럽 국가들이 복지국가 체제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등장하였다. 공공도서관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국민의 독서 기회는 크게 늘어났지만, 문학 작가들은 도서관 이용 증가가 도서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였다. 이에 덴마크는 1946년 세계 최초로 공공대출보상권 제도를 도입하였고, 이후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로 확산되었다.
유럽연합(EU)은 1992년 「대여권 및 공공대출권 지침(Rental and Lending Rights Directive)」을 채택하여 회원국이 공공대출에 대한 저작자의 권리를 인정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보상 제도를 마련하도록 의무화하였다. 현재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등 30여 개 국가가 공공대출보상권 제도를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공공도서관의 기본 철학인 ‘지식과 정보의 무료이용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으며, 도서관 대출이 도서와 작가의 대중적 노출로 이어져 독자층 확대와 출판시장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인식 아래 별도의 연방 차원 공공대출보상권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Ⅱ. 우리나라 공공대출보상권 논의의 전개
우리나라는 2000년대부터 문학계를 중심으로 공공대출보상권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공공도서관이 늘어나고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문인단체와 출판계는 창작자의 경제적 권익을 보호할 제도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다.
2010년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해외 사례 연구와 제도 검토가 이루어졌으며,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학계에서도 공공대출보상권의 법적 성격과 운영방안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저작권법」 개정안과 공공대출보상권 도입 방안도 여러 차례 논의되었다. 특히 2022년 1월 국회에서 <공공대출보상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 토론회>가 열렸고, 4월에는 김승원 의원이 공공대출보상권 제도 도입 내용이 포함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찬반 논란이 뜨겁게 달아올랐으나, 결국 입법에 이르지 못하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발표한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에서 공공대출보상제도 추진을 위한 연구 및 사회적 논의 지원을 공식과제로 채택하였으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같은 해 출판계와의 간담회에서 공공대출보상권에 대한 예산 당국의 재정적 제동과 도서관계의 우려를 감안하여, 국립도서관 체계에서 순수 문학 장르를 대상으로 소규모 시범 운영을 검토하겠다는 구상을 개인 의견으로 제시하였다.
최근에는 문학진흥정책의 일환으로 다시 공공대출보상권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창작 지식재산의 성격이 명확한 문학 도서를 대상으로 선행 시행하는 단계적 도입 로드맵이 논의되고 있다.
Ⅲ. 공공대출보상권 논의의 쟁점
공공대출보상권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창작권 보호’와 ‘국민의 독서권 보장’이라는 두 가치의 충돌에 있다. 작가단체와 출판계는 공공도서관의 무료 대출이 확대될수록 신간도서 판매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며, 특히 인세 수입에 의존하는 문학 작가들의 창작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공공도서관은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이므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편익의 일부를 창작자에게 환원하는 것이 문화국가의 책무라고 본다. 공공대출보상권은 저작권 강화가 아니라 문화예술인에 대한 ‘공적 보상제도’이며,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조성해야 궁극적으로 양질의 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이다.
반면 도서관계는 공공대출보상권의 필요성을 전면 부정하기보다, 제도 설계 방식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재원이다. 도서관계는 대략 300억 원으로 추산되는 공공대출보상권 예산이 기존 문화 재정 안에서 충당될 경우, 직·간접적으로 도서관 예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도서관이 신간도서를 충분히 구입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작가와 출판시장에도 부메랑이 되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도서 소장과 대출 실적이 보상금과 직결되면 도서관 장서관리 전 과정에 이해관계자의 개입과 압력이 커질 위험이 있다. 사서의 전문적 판단과 시민의 자유로운 도서 선택이 경제적 이해관계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도서관계의 확고한 입장이다.
공공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공간을 넘어, 국민의 정보접근권과 문화향유권을 보장하는 핵심 공공 인프라이다. 도서관 이용 증가가 도서 판매 감소로 직결된다는 실증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반면, 오히려 도서관이 잠재적 독자를 양성하고 출판시장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연구 결과는 적지 않다는 것이 도서관계의 반론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공공도서관의 장서 수나 자료구입 예산이 OECD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취약한 상황에서는 공공대출보상권 도입을 서두르기보다 도서구입 예산 확대와 독서생태계 조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공대출보상권 논의에서 가장 큰 오해는 이 충돌을 작가와 도서관의 대립으로 환원하는 인식이다. 그러나 양측 모두 국민의 독서문화 발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작가는 정당한 창작의 대가를 보장받기를 원하고, 도서관은 자료구입 예산 축소나 장서관리의 독립성 침해와 같은 부작용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결국 갈등의 실체는 서로를 향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문화 재정 확보와 정책 설계 방식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Ⅳ. 향후 전망
2022년 「저작권법」 일부개정안은 국내에서 공공대출보상제도를 명문화하려 한 최초의 시도였으나, 발의 직후 찬반 논쟁이 격화되는 진통을 겪었다. 이에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중재로 공공대출보상권의 3대 이해당사자를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작가회의’, ‘한국도서관협회’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체가 발족하였다. 이 합의체는 섣부른 법안 통과가 불러올 부작용을 경계하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실증적 예산 추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도서관계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재원의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였으며, 스타작가의 독식을 방지하기 위해 도서관 소장권수와 대출권수를 혼합하는 한국형 완충 모델을 논의하기도 하였다. 이후 관련 연구용역 등이 진행되었으나, 안타깝게도 현재 시점에서 수년 전보다 논의가 크게 진전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대출보상권은 앞으로도 문학진흥정책의 중요한 과제로 거듭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자책 이용의 급증과 디지털 독서환경 확산에 따라 공공대출보상권의 적용 범위와 정산 방식에 대한 논의도 한층 더 복잡하고 광범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공공대출보상권 논의는 작가와 도서관의 이분법적 대립 구도를 탈피하여, ‘창작생태계’와 ‘독서생태계’를 동시에 육성하는 국가 문화정책의 대국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작가의 안정적인 창작 환경 조성과 지역사회 연계를 위해 ‘문학 상주작가 지원사업’, ‘문학나눔 도서보급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열악한 민간 출판시장 환경과 작가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러한 기존 사업의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부터 모색해야 한다. 이 같은 우회적·보완적 지원제도는 공공대출보상권에 대한 도서관계의 우려를 완화하는 동시에, 책문화생태계의 실질적인 상생을 도모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나아가 국가가 충분한 재정을 책임지고, 도서관 자료구입 예산을 굳건히 확대하는 전제하에 창작자에 대한 공정한 보상체계를 설계하는 균형 잡힌 정책 처방이 필요하다.
결국 본질은 하나다. 작가에게는 안정적인 창작의 터전을 제공하고, 도서관에는 공공성의 가치를 더해 주며, 국민에게는 더욱 풍요로운 독서문화 환경을 누리게 하는 것, 이것이 궁극적인 정책 방향이다.

이정수 편집위원
구로문화누리도서관 관장
전)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
전) 서울도서관 관장
전) 서대문구립도서관 관장
전) (사)공공도서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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