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2026년 4월 20일(월)
- 참석: 김민석 국무총리/ 이우종 이사장(문화강국네트워크) / 김재준 명예 교수(국민대학교)
김민석 국무총리가 밝히는 이재명 정부의 문화강국 설계도

정부서울청사 총리실로 가는 복도는 조용했다. 건물은 오래되었고, 벽지는 30년 전 스타일 그대로였고 인테리어는 바뀌지 않았다. 총리실의 문이 열렸을 때, 첫 번째로 도착한 것은 의전이 아니었다. 반가움이었다. 김민석 총리는 명단에서 이름을 보는 순간 이미 알아봤다고 했다. 30년이라는 시간을 가로질러, 두 사람은 다시 같은 방에 있었다. 정책 브리핑이 아니라, 오래된 인연의 확인으로 대화는 시작되었다.
총리실에서 나눈 시대의 문장들
Part 1. 사람의 결
국무총리
앉으세요. 여기 앉으세요. 이쪽에 편하게 가깝게 앉아요. 이름을 딱 보고 '저기네' 했지. 근데 이렇게 인연이 또 되는군요.
이우종
그래서 만날 사람은 다 만나네요. 저도 30년 전에는 몰랐는데 30년 만에 만나다니…….
제가 가끔 농담 삼아 하는 말인데, 우리 김재준 교수님은 시서화에 능한 만능 교양인이라고요.
국무총리
그 시절에는 매우 드문 경우셨는데, 그때 재경부에 계셨던가요?
김재준
산업연구원이라고요. 정부 출연 기관인데, 연구원에 있었죠. 그러다가 학교로 갔어요.
국무총리
정부에 가셨던 건 아니구나. 그 시절에 그림이나 이런 걸 하시는 분은 아주 드물었을 텐데.
이우종
경제학을 하면서 본인이 직접 예술가로서 작업도 하구요.
김재준은 가방에서 책 두 권을 꺼냈다. 중국에서 출판된 『화가처럼 생각하기』와 2025년에 펴낸 『AI와 예술 교육』이었다.
총리는 표지를 살피다 말했다.
국무총리
저 영어도 읽을 줄 아는데.
웃음이 한 바퀴 돌았다. 그 웃음과 함께 공간의 긴장이 완전히 풀렸다.
국무총리
말씀 편하게 나누면서 하죠.
이우종
우리가 총리님을 인터뷰하러 왔는데 오히려 인터뷰를 당하는 느낌입니다.
국무총리
대부분의 인터뷰에서 하다 보면 제가 오히려 인터뷰를 하고 있더라고요.
이우종
정신 차립시다, 우리.
이우종이 기억 하나를 꺼냈다. 이재명 당 대표 시절, 통상적인 여의도 문법과 달리 문화예술이 연설의 전면에 배치되었고, 그 이면에 총리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총리는 그 시점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국무총리
2024년 12월 3일 계엄이 있었잖아요. 그 다음에 2025년 초쯤에 제가 집권 플랜 본부장을 맡고 있었으니까, 탄핵이 되고 대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할 때 큰 얼개를 잡는 논의를 하면서 대표님께 국가 비전을 무엇으로 보시느냐고 물었죠. 저는 문화 국가로 본다고 했어요. 그런데 대통령님께서 지금은 너무 어려우니까 중간 단계로 성장 회복을 거치는 것이 맞겠다고 하셨어요. 저는 그게 현실적인 의견이라고 생각했고, 그 단계를 거치되 그 다음에는 백범이 말씀하신 문화 국가를 포함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총리는 잠시 자리를 고쳐 앉았다. 공개 인터뷰에서 잘 꺼내지 않는 시선이 나오려는 참이었다.
국무총리
제가 대선 때 『이재명에 대하여』라는 책을 썼는데, 2~3년 지켜본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에 대해 사람들이 잘 보지 못하는 면이 있어요. 저는 그가 굉장히 인문학적 욕구가 강하고 문화적 지향이 있는 사람으로 봤거든요. 삶이 워낙 퍽퍽해서 향유하기 어려웠을 텐데도 불구하고, 담을 쌓는 대신 그런 고민을 즐기는 걸 좋아하시더라고요. 향유의 제약은 있었지만 본인이 그런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얘기를 많이 했고, 집권 이후에도 그게 묻어나오고 확산되는 걸 많이 봐요. 이번 추경을 할 때도——전쟁 추경 성격이라 직접 반영은 안 됐지만——재정 확대를 대통령이 얘기할 때 제일 먼저 꺼낸 게 사실 문화 예산 확보였거든요.
결핍이 무관심을 낳지 않고 오히려 갈망이 된 사람. 총리의 이재명 독해는 그랬다. 그리고 그 갈망이 집권 이후 실제 예산 논의의 순서를 바꿨다는 것, 그것이 총리에게는 중요한 증거였다.
국무총리
현직 최고 지도자의 성향과 한류까지 포함해서 문화 국가라는 것을 상당히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된 것 같아요.
대화는 정당론으로 이어졌다. 문화를 정책 의제로만 보는 시각을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국무총리
저는 개인적으로 집권당인 민주당도 대전환의 흐름 속에서——정부도 전환되고, 국가도 전환되고, 정치도 전환되고, 정당도 전환되는——그 대목에서 아주 결정적인 것 하나가 민주당이라는 집권당이 문화적인 풍모를 가진 정당으로 변화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대중 대통령이 현재의 문화적 자산을 많이 만들어 놓았는데,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거치면서 그 강조가 다소 약해졌고, 지금은 여러 의미에서 문화적 풍모를 훨씬 더 강화해야 할 때입니다. 정책으로서의 문화뿐만 아니라, 정치하는 방식, 정당의 각종 행사 방식까지 모두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우종
공감합니다.
국무총리
상당히 예술적인 방식으로 해야 정치도 변하고, 국민과의 접촉면도 넓히고, 특히 청년층과 접촉하는 데 문화가 제일 중요합니다.
'청년'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총리의 말이 조금 빨라졌다.
국무총리
세대적으로 보면, 지금 10대·20대는 완전히 달라요. 꿀리지가 않잖아요. 우리 때만 해도 어딘가 주눅 드는 게 있었는데, 지금 10대·20대는 그런 게 없어요. 완전히 다르다고 봐야죠.
그러나 그 문장 바로 뒤에 무거운 문장이 따라왔다.
국무총리
국민 지지나 정부 만족도 평균보다 10대·20대, 30대 초반까지 약 20%가 낮아요. 이게 사실 굉장한 숙제거든요. 저는 이재명 정부의 최대 도전이라고 봐요. 진보·민주·개혁 세력이 청년의 고민과 결을 같이 하고 주파수를 맞추지 못하면 안정적인 연속 집권을 못 이룬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정책적 노력과 사회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노력과 함께 일종의 문화적 접근에 큰 변화가 있지 않으면 좀 어렵겠다는 생각이 근본적으로 들어요. 청년 고용 비율도 제일 높은 게 콘텐츠·문화·게임 관련 산업이에요. 청년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산업 영역이죠. 청년 정책은 문화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풀릴 대목이 있을 것 같아요. 지금 10대·20대에게는 오히려 전통적 문법으로 보면 상당히 보수적, 심지어 극우적이라 할 수 있는 방향에 접촉면이나 호소력이 높은 대목이 있잖아요. 그게 진지하게 반성적으로 살펴볼 대목이에요.
저는 기본적으로 민주·개혁 세력이 반드시 대화해야 할 가장 어려운 층이 두 가지라고 봐요. 하나는 청년이고, 하나는 양심적인 보수 기독교예요. 사회적 의식은 건강한데 전통적인 개혁·진보의 가치관과 서로 이해가 잘 안 되는 영역이거든요. 그 두 층과의 대화 접점을 찾지 못하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계속 고민하죠.
김재준
예술 교육이 청년들의 극우화 성향과 연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은 딸들한테는 예술 교육을 많이 시키고 아들들한테는 적게 시키잖아요. 그래서 한국 젊은 여성들이 더 진보적이다라고 얘기하거든요.
이우종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진짜. 아들한테는 법대·의대 가라고만 하고.
이 인터뷰의 전반부는 단순한 인물 스케치가 아니었다. 사람을 먼저 읽는 총리의 태도, 이재명 대통령의 문화적 욕구, 꿀리지 않는 청년 세대. 이 모든 장면은 결국 한 문장으로 모인다. 지금 한국 정치가 다루려는 것은 정책이기 이전에 인간의 감수성과 시대의 기류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기류의 이름을 짓는 대화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Part 2. 시대의 문장들
“응원봉의 빛을 보면서 든 생각”
총리가 공개 발언에서 여러 차례 썼던 표현——"한류의 뿌리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풀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김재준
저는 한국이 K-드라마 같은 걸로 단순히 콘텐츠를 수출하는 게 아니라 한국적인 감정을 수출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연장선에서 보면 한국의 민주주의 또한 세계의 모범이 되고 수출할 수 있는 것이고, 한류와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을 좀 자세하게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국무총리
“한류의 뿌리가 민주주의”라는 말은 제가 제일 먼저 한 것 같아요. 막 정리된 생각이 있는 건 아닌데, 객관적으로 그런 생각이 계엄을 전후한 시기에 응원봉의 빛을 보면서 들었어요. 우리가 통상 얘기하는 문화 정책의 핵심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 즉 개방과 민주화, 자율의 영역이잖아요. 문화가 발전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 결국 민주적 자율성에서 나온다는 것이 하나이고,
또 하나는 한류·K-컬처가 갖는 보편성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서구 문화나 할리우드에서 보이는 폭력성, 제국성보다는 인간의 본질적인 연대감, 따뜻함, 사랑, 가족 같은 것들을 그려낸다는 얘기를 하잖아요. 그것이 문명권이나 국적, 인종에 상관없이 보편적 감수성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보편성으로서의 민주주의라는 측면에 닿아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또 하나는 K자를 많이 붙이는 것과 관련해서, 좋으면서도 조심해야 할 면이 있잖아요. 거기다가 K자를 붙여놓으면, 햇볕 정책이 우리는 기분 좋지만 북한에서 싫어했던 것과 비슷하게, "우리 걸로 K화하자"는 식이 되는 거 아니냐는 거죠. K-컬처의 K를 한국화, 혹은 제국적 방식으로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이 자기가 가진 보편성을 스스로 깨우게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또 한류가 가지는 역동성은 80년대 광주의 주먹밥, 그리고 이번 계엄 이후 광장의 선결제와 응원봉으로 발현된 민주적 역량의 폭발, 그에 기반한 대중적 문화 자신감이라고 생각해요.
김재준
총리님 말씀을 들으니 정리가 되는 게, 우리는 외래 것을 들여왔을 때도 그 안에서 본질적인 걸 찾아갔어요. 어떤 보편화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K-팝도 미국 팝을 들여온 거지만 미국 팝이 도달하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까지 갔다고 볼 수 있거든요. 더 나아가서는 종교에 있어서도요. 한국의 종교들이 외부에서 왔지만, 본질을 지키면서 새로운 경지에 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국무총리
그렇게 따진다면 이어령 선생님도 비빔밥 얘기를 하셨는데, 융합을 통한 창조적 역량이라는 것. 분명한 것 하나는, 국제 질서가 무너졌을 때 공백을 채워줄 대안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같은 나라가 다양한 방식으로 중간적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는 흐름이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어요.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평형성, 상대를 무장 해제시키는 그런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K-소울이라는 것도 생각해봤어요”
김재준
아까 K자가 너무 많이 붙는다고 하셨는데,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가보면 K-문명이라는 것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국무총리
결국은 혜(慧)의 문명이고. 저는 K-소울이라는 것도 생각해봤어요.
이우종
오, K-소울. 처음 듣는 표현인데요.
국무총리
코로나 시기에 제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일 때 전 세계 싱크탱크들을 대상으로 화상 영어 연설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서울을 '시티 오브 소울(City of Soul)'이라고 표현했는데, 한 일주일 후에 프랑스의 자크 아탈리가 한국에 와서 똑같이 시티 오브 소울이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소울이라는 게 꼭 종교적 의미가 아니라 뭔가 담겨 있는 것이 있는 거죠.
전 인류와 세계가 지금 갈증을 갖고 찾고 있는 어떤 정서의 결에 올라탄 거죠. 전 세계가 이 정서의 결을 타고 가고 있는데, 우리가 상당히 근사하게 근접한 거예요. 그러니까 그게 일종의 사명감이 부여된 것이라고 봐요.
제가 최근에 타고르를 찾아봤어요. 타고르가 "동방의 아름다운 나라여, 너의 촛불이 타오를 때 세계는 너를 보리라"는 시를 썼잖아요. 최근에 그 영문 시를 다시 찾아봤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촛불이 타오를 때'가 결국 광화문에서 촛불이 타오를 때 전 세계가 이걸 봤던 것과 연결되잖아요.
이우종
노스트라다무스 설이 나오기는 하죠. 저도 타고르를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사실.
국무총리
근데 이거죠. 시인이든 작가든 예술가든 한 세계의 획을 그은 사람들은 역사적 통찰이 있잖아요. 왜 타고르가 그때 조선에 대해서 그런 걸 썼을까——누가 한번 스터디해 봤으면 좋겠어요. 뭘 알고 그걸 했겠어요? 더구나 그 시점에. 일종의 예언가적 통찰이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게 딱 100년 전인데 지금 나타나는 거잖아요. 인도도 제국과 싸웠던 나라고, 그래서 한반도의 문화적 흐름에 담긴 것은 상당한 정도의 국제적 사명이 있는 거죠.
이우종
K-소울이 집단적으로 발현하는 양식이 K-민주주의인 것 같고요. 저도 의식의 흐름이 총리님이랑 너무 똑같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가장 최적화된 도구가 이재명이라는 리더”
국무총리
사실 K-소울이 좋거든요.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제가 종종 쓰는 표현 중 하나가 '제국적 풍모', '제국적 지향'이에요. 우리는 세계에서 뭔가를 선도한다는 생각을 잘 안 하는데, 식민지만 경험해서 제국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근데 제국을 했던 나라들은 잘못하긴 했지만, 글로벌하게 보는 힘이 있어요. 우리도 그런 제국적 시야를 가져야 하는데, 다만 착취하고 억누르는 옛날 방식의 제국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 정신을 끌어가는 자신감 있는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는 지식·문화·평화·민주주의 영역에서 그럴 수 있는 영역이 생긴 거예요.
AI·바이오·컬처 앤 콘텐츠·디펜스 앤 에너지. 반도체는 삼성이 끌고 갈 수 있고, 바이오는 생태계가 있어야 되고, 문화는 국민 대중이 모두 폭발할 수 있는 유일한 산업이라고 봐요. 적절한 전략을 구사하면 모든 국민이 문화 창조자이자 문화 전사로서 대폭발을 할 수 있는 산업적 여지가 있어요. 앞으로는 한국에서 미사일을 만들어도 폼나게 만들어야 더 팔린다, 그러니까 모든 것에 디자인적·문화적 요소가 결합돼야 한다고 봐요.
가령 최근에 대통령님과 몇 번 나눈 이야기 중 하나가, 제가 미국 다녀오면서 글로벌 AI 허브 추진과 관련해서 AI 민주주의, K-민주주의 얘기를 하거든요. 저는 K-민주주의를 꼭 붙잡고 가셨으면 좋겠다, 이게 우리 국가의 브랜드이기도 하고 이재명 대통령께 개인적으로도 딱 맞는 브랜드이며 시대적으로도 맞아요. AI 시대의 대규모 집단 지성 시대에 그것을 함께 풀어가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양상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것에 가장 최적화된 도구가 이재명이라는 리더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대통령이 성남 시장 시절에 집단 지성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아바타의 생명의 나무를 표현한 적이 있어요. 제가 그 얘기를 2~3년 전에 들었을 때 끝내주더라고요. 근데 본인이 잊어버리고 계시다가 다시 기억하셔서 집단 지성의 상징으로 얘기하시는데——이재명 대통령이 각자가 살아 있고 전체가 살아 있는 집단 지성 속에서 자유를 느끼면서 정치적으로 성장한 개인이잖아요. 지금 한국이 그런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이끌어가고 있어서, 시대적으로 요구되는 과제와 거기서 한국의 역할, 그리고 그를 이끌어가는 이재명 대통령의 역할이 모두 맞물려 있고, 그것이 최근에 아주 독특한 방식의 새로운 국제 정치적 목소리를 낸 거잖아요. 저는 그 영역이 있다고 봐요.
분명히 그게 개인으로서의 이재명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목소리이자 사명감의 차원에서 생기기 시작했다고 보고, 이것이 지금부터 5년, 10년, 15년 이어지는 일이자, 백범이 생각했던 문화 국가·문명 국가로 가는 여정이에요. 그 챕터가 열린 거라고 봐요.
“좋은 의견 있으면 좀 주세요”
비전의 언어가 가장 높이 치솟은 직후, 김재준이 OTT를 꺼냈다.
김재준
재주는 곰이 넘고 이익은 다 넷플릭스가 본다는 말도 있고, 심지어 드라마 편수가 예전보다 오히려 줄고 위기적인 징후도 나오고 있는데, 토종 OTT를 어떻게 접근해야 되는지——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무총리
전체적으로 필요한 처방 중 하나는 문화 관련 예산을 적정 수준까지 높이는 것이에요. 우리가 GDP 대비 0.98%인데, 많은 나라는 2%대, 프랑스 같은 데도 1.5% 전후예요. 2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 시기까지 적어도 1.5% 정도까지는 전체 캐파를 늘려야 할 것 같아요. 예산 지원으로 늘려야 할 영역은 순수 예술이나 지역 예술이고, 나머지 부분은 산업 전략이나 규제 개선으로 접근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지원 영역에서는 조금만 늘려도 너무나 기뻐하고, 솔직히 민망할 정도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영역이에요.
총리의 말이 처음으로 느려졌다.
국무총리
제가 기억하는 숫자가 84예요. 2~3년 전에 드라마 편수가 10년 전에 올라가던 84에서 꺾이는 84가 돼서, 전 세계에서 한국 잘 나간다고 할 때부터 우리는 오히려 못 나가는 구조가 된 거예요. 넷플릭스에 대항할 K-OTT 연합 같은 걸 만들어 보자는 의견을 접하고 상당히 토론해봤어요. 그런데 의외로 현장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더라고요. 티빙 등 방식으로 풀어볼까 해서도 꽤 토론하고 들어갔는데, 막상 실제로 들어가니까 또 쉽지 않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딱 맞는다 싶은 해법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요.
김재준
저도 최근에 관심을 갖고 정리해봤는데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결국 하이브리드 투트랙 전략이 맞는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결합하고 현실에 적용할지가 굉장히 복잡해요.
국무총리
지금 순수 예술부터 OTT, 콘텐츠, 게임에 이르기까지, CJ나 넥슨 같은 대기업부터 개별 프리랜서 문화 창조자까지를 두루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종합 전략이 정리돼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다만 OTT 등에 대해서는 죄송하지만 제 스스로 뾰족한 답을 낼 역량이 되는 게 아니고, 전문가들의 해법 중에서도 아직 이거다 싶은 걸 발견하지 못하고 있어요. 좋은 의견 있으면 좀 주세요.
이우종
OTT에 대한 가시적인 해결책을 저희가 좀 도출할 수 있다면, 총리님께 다시 한번 면담을 신청드리겠습니다.
국무총리
좋죠. 방향들만 잡힌다면 다른 부분들은 예산을 얼마나 쓰고, 얼마나 집중해서 실행하느냐의 문제니까요. 근데 사실 그 방향 자체가, 부분적 답들을 잘 맞춰서 종합적 답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조합 자체가 아직 딱 이거다 싶지 않은 영역이더라고요.
자리가 파할 무렵, 김재준이 마지막 책을 꺼내 건넸다.
김재준
나중에 KTX 타실 때 한번 읽어보십시오. 예술과 정치에 대한 책입니다.
국무총리
아주 특이하시다니까. 번역본에, AI 예술 교육에, 이 책까지. 제가 다 읽어볼게요.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이우종
오늘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나눈 말씀들이, 저희 잡지의 가장 좋은 출발점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인터뷰는 문화강국네트워크 웹진문강 창간호를 위해 진행되었습니다.

김재준 편집장
국민대 명예교수
전) 한국예술경영학회 2대 회장
전) 한국문화재정학회 회장
전) 국민대 박물관장, 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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